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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그리고 지동원 이야기 장문의 축구 이야기(칼럼)

우리나라에는 속도감있는 드리블과 제공권, 창조성과 슛 정확도를 모두 겸비한 희귀한 '9.5번' 공격수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최순호. 우리나라 축구팬이라면 모름지기 최순호라는 이름을 못 들어본 분은 없을 겁니다.











최순호는 최전방 공격수와 처진 공격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선수죠. 많은 분들은 최순호를 최전방 공격수로서 좋은 인상을 받았지만 그의 진가는 오히려 최전방 공격수의 아래에서 도움을 줄 때 발휘된다고 하더군요.









최순호의 전반적인 플레이를 살펴 보시죠. 말했다시피 최순호는 드리블과 제공권, 창조성과 슛 정확도를 겸비한 한국 축구에서 보기 힘든 만능 공격수였습니다.

이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비수를 앞에 두고 상당히 자신감 있게 스킬과 드리블을 시도합니다. 저는 적어도 제가 본 우리나라의 역대 공격수 중에서 최순호만큼 자신 있고 효율적으로 드리블을 하던 선수는 단언컨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최순호는 제공권과 볼 운반 능력을 동시에 보유한, 최전방 공격수로서는 아주 큰 메리트가 있는 선수였습니다.




영상에서는 그리 특출나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가 여타 공격수와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역시 특유의 패싱 감각을 들 수 있습니다. 최순호는 최전방 공격수와 처진 공격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모두 제 역할을 발휘하는 선수였습니다.

과거 후추에서 활동한 김유석 씨에 따르면 최순호의 라스트 패스만큼은 당대 최고의 패스 마스터인 조광래, 박창선의 그것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평가하더군요.

한 자료에 의하면, 최순호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지역 예선 8경기에 출전하여 1득점 8도움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사실 최순호가 선수 생활의 정점에 들어섰던 1983년부터는 최순호의 포지션으로 흔히 알려진 최전방 공격수보다는 최전방 공격수의 아래, 그러니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뛰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최순호 본인도 최전방보다는 그 아래에서 뛰는 것을 더 좋아했구요.

골만 넣기 보다는 나머지 10명의 선수와 함께 동화되어 공격 작업을 동시에 이끌어 줄 수 있는 공격수는 어느 시대에나 굉장한 메리트를 가진 선수입니다. 최순호도 그러한 메리트를 충분히 제공했던 선수였구요.



최순호는 선수 생활의 말기에 지도자 연수를 겸하여 프랑스의 로데스 AF에서 뛰었는데 거기서는 스위퍼로서 활약했습니다. 스위퍼로서 중요한 점 중 하나가 바로 빌드업에 폭넓게 관여할 수 있느냐라는 것인데 최순호의 패싱 감각이 스위퍼로 뛰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순호에게 심어진 이미지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공중볼 경합과 몸싸움을 싫어하며 스피드가 떨어지며 활동량도 많지 않다는 것, 한 마디로 신체 능력이 의외로 떨어진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최순호는 몸을 부딪히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몸싸움을 못하는 선수는 아니죠. 최순호의 신체 능력은 역대 한국 공격수 중에서도 최고급에 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최순호는 전반적으로 몸이 유연하고 탄력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높게 점프하여 공중볼을 따 내는 모습이 많습니다.


그리고 최순호만의 장점 중 하나인 볼 운반 능력이 최순호에게 갖춰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빠른 스피드. 185cm의 장신에 빠른 스피드가 수반되었기 때문에 만능 공격수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최순호가 많이 뛰어다니는 유형은 아니지만 활동 반경은 매우 넖은 편이죠. 좌우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측면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선수였습니다. 이 장점은 후에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한민국에 그와 가장 비슷한 선수가 나왔는데 그게 바로 지동원입니다.

지동원은 광양제철고 시절부터 '광양 즐라탄'으로 불릴 만큼 이미 만능형 공격수로서의 자질을 보였습니다.

최순호 이후로 보기 어려웠던 만능형 공격수가 오랜만에 출현한 것입니다(황선홍도 넓게 보면 만능형으로도 볼 수 있으나 흔히 말하는 '9.5번'보다 전형적인 '9번'에 가까운 선수이니...).

지동원이 프로에 막 입문한 시기에 맹활약을 펼칠 때 최순호 본인도 자신과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공언을 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지동원은 사실상 국가대표 데뷔 무대나 마찬가지였던 2011년 AFC 아시안컵에서 무려 4득점 1도움을 기록하며 '9.5번'으로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동원은 언제부턴가 완벽한 공격수로 칭하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는 선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만능에 필요한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면 그것은 그저 능력을 고루 갖췄을 뿐, 무언가를 압도할 능력이 없어지게 되는 '그저 그런' 선수가 되고 마는 것이고 지동원이 그 경우에 해당됩니다.


일단 공격수는 활동 반경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둬서 뛰어야 하는데 지동원은 활동 반경이 넓기만 할 뿐, 정작 있어야 할 곳에 없는 쓸데 없는 활동량만 갖춘 것이죠.

최순호는 활동 반경을 넓게 가져가되 필요할 때는 공격수로서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적절하게 위치해 있는 것과 상반되는 겁니다.


그리고 지동원이 공격수로서 떨어지는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신감.

최순호는 한 인터뷰에서 공격수의 필수 조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 다음 자신 있게 슈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험심이 강해야 스트라이커로서 성공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정확하게 슈팅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골을 많이 넣는 공격수는 이러한 면에서 탁월합니다."


원래 지동원은 전남 시절까지만 해도 자신감 있고 당찬 플레이가 보기 좋았던 선수였습니다. 그의 자신감이 슛과 지동원만의 유연한 볼 키핑에 드러났으니까요.

그렇지만 현재 지동원은 슛을 적극적으로 때릴 수 있는 자신감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동원의 슛 정확도 자체는 매우 좋은 것에 비례한다면 이와 같은 자신감 결여는 너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이는 드리블 부분에서 마찬가지구요.







최순호는 지동원이 한창 대형 유망주로 불리던 2010년 지동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습니다.


"지동원이 스트라이커인지 미드필더인지 분간이 안 된다라는 평가가 있었다. 빨리 한 포지션을 결정해야 할 시기다. 그리고 집중적으로 훈련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 최 감독은 "지동원의 스피드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성장 높이가 판단될 것이다. 감각은 있지만 스피드가 문제다. 대형 선수는 11초대에 뛰어야 한다. 190에 가까운 키에 지구력도 있어야 한다"며 스피드와 지구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순호가 지적한 지동원의 문제점은 지금 매우 큰 문제가 되고 있죠. 지동원은 소속 구단에서 공격수와 윙포워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고 있지만 어느 하나 명확히 자리 잡은 포지션이 없어 보입니다. 지동원의 '그저 그런' 특성이 그의 포지션에서도 문제를 드러낸 것입니다.







그렇지만 최순호나 지동원처럼 다재다능한 유형의 공격수 중에는 어중간한 선수가 많은 편입니다. 능력을 고루 갖췄지만 그것이 다 평균적일 뿐 어느 한 능력이 압도적이지 않은 경우가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모든 능력에서 최고 수준의 능력을 갖춘 최순호가 대단히 느껴집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한국 역대 최고의 최전방 공격수는 최순호"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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