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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양발잡이 선수들 장문의 축구 이야기(칼럼)

선수가 주로 쓰는 발을 알 수 있는 보편적인 기준 중 하나가 세트피스를 어떤 발로 처리하는지에 따라 알 수 있는데 이를 무시해버리는 유별난 양발잡이 선수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역시 윤정환과 이관우. 대한민국 플레이메이커의 대표적인 인물인 둘은 오른발이 주로 쓰는 발이긴 하지만 근소한 차이일뿐 왼발도 그에 못지 않게 잘 처리했습니다.




※ 이관우의 스페셜 영상에서는 왼발로 결정적인 패스를 넣어주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나 윤정환의 경기 영상을 보면 인플레이 시에도 왼발과 오른발의 사용 빈도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어느 발이 주로 쓰는 발인지 분간이 힘들 정도입니다. 이 둘은 중장거리 패스도 너무나도 쉽게 왼발로 툭툭 잘 내주니 그야말로 '완벽한 양발잡이'라고 할 수 있죠.




※ 윤정환의 한 경기 볼터치 영상(vs 스코틀랜드). 경기 중에 오른발을 사용하는 횟수와 왼발을 사용하는 횟수가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백지훈은 상대적으로 양발잡이 선수의 빈도가 오른발을 주로 쓰는 선수에 비해 현저히 낮은 왼발을 주로 쓰는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윤정환과 이관우 못지 않은 아주 완벽한 양발잡이 선수인데 이 선수는 과거 인터뷰에서 "패스, 드리블은 왼발이 편하고 킥은 오른발이 편하다"라고 할 정도로 왼발을 주로 쓰는 선수 치고는 상당히 특이한 사례입니다.



※ 백지훈의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



※ 나를 축구에 입문시키고 수원 블루윙즈 팬으로서 입문시켰던 백지훈의 이 미친 골은 오른발로 만들었다.


현재 K리그 챌린지의 상주 상무에서 뛰고 있는 이승기는 오른발잡이 선수이긴 하지만 왼발로도 세트피스를 처리하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승기가 왼발로 처리하는 세트피스는 다른 양발잡이 선수들에 비해 조금 위력이 덜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로 현재 K리그 챌린지의 안산 경찰청에서 뛰고 있는 박희도가 있는데 이 선수는 현재 기량을 떠나서 현재 K리그 선수들 중에서 가장 양발을 잘 사용하는 선수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 선수는 주로 오른발을 쓰긴 하는데 왼발과 오른발로 크로스를 자유자재로 올리고 특히나 묵직한 중거리슛을 양발로 쾅쾅 쏴댑니다. 과거 황선홍 감독이 재임했던 2008년~2010년 부산 아이파크의 에이스였죠. 그 시절의 박희도는 K리그 최고의 테크니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한 개인기와 놀라운 킥 감각을 선보였습니다. 2011년 이후에는 전성기에 못 미치긴 했지만 양발의 위력은 여타 K리그 선수들보다 무섭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박희도의 오른발 프리킥



※ 왼발로도 미친 레이저 슛을 쏠 수 있는 박희도


안정환도 다른 능력(화려한 개인기와 볼 컨트롤, 탁월한 슛 기술 등)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양발을 매우 잘 썼습니다. 안정환의 '인생골' 중 하나인 2002년 한일월드컵 직전에 열린 대한민국과 스코틀랜드의 친선경기에서 나온 환상적인 칩슛 골도 왼발로 해냈습니다. 주로 쓰지 않는 발로 그렇게 여유 있게 칩슛을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어렵죠.



※ 안정환은 숱하게 많은 '인생골'을 넣었지만 미학적인 면에서는 스코틀랜드전에서 나온 이 칩샷이 최고이다.


사실 안정환은 위에 열거한 선수들처럼 아주 완벽한 양발잡이라 칭하기에는 조금 힘듭니다. 오른발로 패스와 킥을 처리하는 빈도가 왼발에 비해 훨씬 높거든요.

그러나 안정환이 다른 양발잡이 선수들과 다른 것은 대부분의 양발잡이 선수들은 패스나 킥으로 부각되어지는데 비해 안정환은 드리블과 볼 컨트롤도 양발로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축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왼발을 주로 쓰는 선수는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상대할 기회가 적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치고 들어올지 수비 입장에서는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그에 반해 양발잡이 선수라 해도 볼 컨트롤은 주로 쓰는 발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양발잡이 선수이긴 하나 오른발로 볼 컨트롤을 하는 선수는 왼발잡이 선수보다 수비하는 입장에서 어느 쪽으로 방향을 정할지 알기가 쉽습니다(사실 박희도 선수도 양발로 볼을 컨트롤하는데 매우 능한 선수이며 박희도 역시도 대단한 테크니션이었죠).

안정환은 왼발로도 볼 컨트롤에 능숙했고 그것이 안정환 특유의 '접기' 동작, 리듬감과 어우러져 그의 '테크니션' 기질을 살리는 데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 2000 삼성디지털 K-리그 9라운드 부산 아이콘스와 전남 드래곤즈에서 뽑아낸 '인생골'도 양발로 멋지게 볼을 컨트롤하면서 만들어냈다. 왼발로 여러 차례 수비수를 접고 제끼는 것이 이 골의 백미.



※ 안정환은 스코틀랜드전에서 2골을 넣었는데 그 첫 번째 골은 왼발 아웃사이드로 치고 들어가면서 왼발 인사이드로 접고 오른발로 슛하면서 득점한다. 안정환이 오른발 못지 않게 왼발로도 매우 능숙하게 드리블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그 외에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과거 안양 LG와 FC 서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으며 현재 K리그 챌린지의 대구 FC에서 뛰고 있는 오른쪽 윙백 최원권 선수도 오른발잡이이긴 하지만 안양 시절 정확한 양발 킥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과거 울산 현대와 제주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전재운도 이에 해당합니다.

경기를 본 적이 없지만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신태용도 윤정환, 이관우 못지 않은 완벽한 양발잡이였다고 하네요. 과연 한 때 K리그를 대표하던 플레이메이커답습니다.


슛과 크로스로서 양발잡이로 이름을 날렸던 선수도 있습니다. 바로 설기현인데요. 설기현은 한 때 왼발잡이로 오인받아 '설바우두(대표적인 왼발잡이 선수인 히바우두에서 차용된 별명)'라는 별명도 있으니까요. 설기현의 주 포지션은 아시다시피 왼쪽 윙포워드였는데 오른발을 주로 쓰는 왼쪽 윙포워드는 일반적으로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 오른발을 이용해 슛이나 크로스를 하곤 하는데 설기현은 반대로 안쪽으로 들어오기보다 페인팅 후에 바깥으로 치고 들어가 왼발로 크로스를 올리는게 하나의 트레이드마크였으니 그런 오인이 생길 만도 하죠.




※ 왼발로 성공시킨 설기현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


슛 부분에 있어서는 가히 한국 최고의 양발잡이 선수라 칭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손흥민입니다. 뭐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 굳이 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 아시겠지만 손흥민의 오른발 중거리슛은 현재 한국 최고이며 그의 왼발 중거리슛 또한 한국 최고라는 점입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손웅정 씨의 체계적인 기본기 훈련을 받으면서 오른발과 왼발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슛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죠.



※ '양봉업자' 손흥민이 왼발로 도르트문트의 골문을 가르는 순간


그러나 패스나 드리블을 하는 상황에서는 주로 오른발에 편중해 사용하는 경향이 여기 언급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많습니다.




※ 한국의 대표적인 양발잡이 수비수였던 김태영


수비수들은 빠른 볼 처리가 필수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주로 쓰는 발로 볼을 옮겨서 차지 않고 볼이 오는 쪽의 발로 바로 처리를 하는 편이 낫습니다. 때문에 수비수들도 양발 사용의 중요성이 많이 부각되는데요. 우리나라 수비수들 중에서도 양발잡이 선수가 여럿 있습니다.

'아파치' 김태영은 원래 오른발잡이인데 최후방에서의 볼 배급에서 양발을 고루 쓰는 장점을 잘 활용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팀에서는 홍명보의 옆을 보좌하면서 간헐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왼발, 오른발로 골고루 슛을 하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죠. 확인되지 않았지만 과거 뉴캐슬이 왼발잡이 수비수를 영입 목표로 정했는데 그 후보 중 한 명이 오른발을 주로 쓰는 김태영이라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현재 카타르의 알사드에서 활약 중인 이정수 역시도 주로 쓰는 발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선수 중 한 명입니다. 과거 우리 대표팀에서 수비 지역에서의 프리킥을 이정수가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왼발과 오른발을 고루 사용했습니다. 때문에 이정수는 수원 시절에 중앙 수비수뿐만 아니라 양쪽 풀백까지 소화 가능한 만능 수비수였죠.

한 때 K리그를 대표하는 왼쪽 풀백이었던 장학영은 '연습생 신화'의 대표적 인물입니다. 그에 걸맞게 원래 오른발잡이였음에도 학창 시절 지독한 연습으로 왼발 구사 능력을 길렀고 그 후 오히려 왼발을 더 편하게 사용하게 되면서 양발잡이로서 자리매김한 경우입니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기가 막힌 오버래핑, 지능적인 수비로 이름을 날렸던 장학영은 지난 시즌까지 부산에서 여전히 최고의 활약을 보였지만 재계약을 하지 못해 현재 소속 구단이 없는데 빨리 장 선수의 활약을 다시 보고 싶네요.


사실 과거부터 우리나라 유소년 축구가 양발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평균적으로 양발을 고루 사용할 수 있긴 합니다만 그 중에서도 주로 쓰는 발이 오른발인지, 왼발인지 알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양발잡이 선수가 매우 많다는 것은 대한민국 축구의 또 다른 특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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